오랜만입니다. 전에는 멋모르고 마음 내킬 때 불쑥 찾아가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실례일까봐 마음이 쓰입니다. 그래도 잘 지내시냐고 다시 여쭙고 싶습니다.

요즘 가능한 거짓말을 안 하는 걸 연습하는 중입니다. 거짓말을 안 한다고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서이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도 오랫동안 입고 다녀서 벗으려니 살갗에서 쩍쩍 소리가 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계절을 준비해야 하고, 햇볕 아래에서 열심히 산책을 다녀보렵니다.

한동안 잘 나다니지 못했던 것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지쳐서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다닐 때의 저 자신에게 지쳐서였습니다. 몇 년간 하늘을 올려다 보지도 않았고, 시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묵어가는 옷과 신발이 아까워서, 볕이 좋아서, 어머니 손을 잡고 함께 밭에 나가보았습니다. 어머니 생활의 가장 큰 기쁨이던 밭농사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얼마나 그 순간이 각별하던지요. 작황이 안 좋다던 고추와 가지에게도 일일이 말을 걸어주는 어머니를 보고 돌아와서야, 나팔꽃 덩굴이 말뚝을 쥐듯, 다시 펜을 들어 전에 썼던 거짓말투성이 글들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기쁜 날을 많이 만들어 둘 양으로, 아랫목에서 떨며 울던 질투심과 원망과 울분을 배불리 먹이고 방안에 들이고 싶습니다. 마음이 허한다면 눈도 마주치며 오래 잊고 있던 처음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성을 내면, 저도 성을 내고, 그들이 울면, 저도 울겠습니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그들이 웃을 때 저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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