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대신문상 시부문에는 총 74편의 시가 응모되었다. 나는 74편의 문장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학생들이 되돌아본 시간의 아득함과 쓰라림을 가늠했다. 비대면 방식의 삶이 초래한 쓸쓸함이 무척 강하게 나타나 있는 시들이 많았다. 타자에 다가가는 색다른 방식이 돋보인 작품들은 물론 비록 자의식의 과잉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내면에 투영된 타자들을 충실히 읽어내려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장시화, 산문화 경향도 특징이다.

숙고한 결과 10개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기준은 내면에 녹아든 타자를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얼마만큼 핍진하고 현실적으로 그리는 이념의 밀도였다. 타자와 단절된 삶의 고독을 그린 고독사, 광장에서 골목으로, 자신의 사유를 아포리즘으로 승화시킨 저편의 보배란 없다, 輪迴: 죽어가는 길, 소금과 물의 자유는 반비례한다등이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전통적 방식의 서정적 시 쓰기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문장에서는 독특한 울림이 일었다.

산문화, 장시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오히려 시의 문장을 산문이라는 제로의 글쓰기에 닿게 함으로써 미적 실험이 돋보인 시들도 있었다. 다만, ‘라는 운문의 특이성을 잃지 않고 산문으로의 빠져나감은 쉽지 않다. 4호선에서는 세밀한 스케치에 중점을 두었지만 엽편의 가벼운 단상으로 흘러버린 것이 아쉬웠다. 8개의 단속적인 시퀀스를 통해 영화적 시 쓰기라는 독특한 문장들을 산출했지만 종잡을 수 없는 이미지로 불명확한 주제의식을 노출한 채널, 그리고 시간을 무한의 관점에서 재배치했으나 이 때문에 사건의 문턱들이 모호해져 버린 미래지향적 미래, 세계는 거대한 인형극 시스템이라는, 암흑의 디스토피아를 적확하게 그리고 있으나 이미 제목에서부터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 단점인 인형극의 시스템도 주목했다.

고심 끝에 남이섬에서를 당선작으로 한다. 이 시는 남이섬이라는 친숙한 공간이 어떻게 디아스포라의 잔혹하고 외로운 현실로 변형되었는지를 담담하게 쓴 작품이다. 특히 장소의 대비를 통해 서사를 전개하는 힘이 돋보였다. 요컨대, “그 넓을 가게를 홀로 지키는 의 장소와 사바나의 온갖 들짐승들이 / 난로 하나를 둘러서서 또 한 가을 / 조용하게 늙어가고 있는 장소의 강렬한 대칭으로 본성을 잃어버린 자들의 현실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칭은 이미 본성의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희망은 여전히 속성으로 각인되어 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다른 학생들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타자의 있음을 통찰하는, 그 충만한 감각의 일어섬을 절대로 잊지 말길 바란다. 바로 그곳에서 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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