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마지막 날인 9일 포럼 참가자 중 학생들을 중심으로 파리 근교 생드니 시에 있는 파리8대학에 다녀왔다. 1969년 프랑스 68혁명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파리8대학은 지금도 철학, 인문사회학, 영상, 음향 등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8대학에서 사회통계학 박사과정을 이수 중인 김금란 선배께서 안내를 맡아 주셨다. 잠깐 대학 곳곳을 살펴보고 노조사무실에서 프랑스인 강사들, 학생대표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먼저 수업을 맡으신 강사께 간략하게 대학의 역사, 배경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처음에 파리 뱅센에서 출발한 8대학은 ‘정치화’, ‘열린 수업’의 기치 아래 특별한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거나 외국인 학생들을 반 이상 받아들이는 등 지금 봐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80년대에 이르러 꾸준히 증가하는 학생 수와 함께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이 확산되는 데 위협을 느낀 당시 파리시장 자크 시락이 8대학을 탄압하게 되고, 이로 인해 지금의 생드니로 이전하게 되었다. 현재도 도서관 서적들에는 뱅센 마크가 찍혀 있는데 당시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8대학의 의지를 살펴 볼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설명을 해주신 분이 박사과정 재학 중이고 교수자격증이 아직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력만으로 강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간담회에서 두 번째 설명을 해준 사람은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사하라는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짧은 간담회가 아쉬웠던 우리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약속을 잡아 8대학 학생대표들과 단체간담회를 가졌다. 서로 많은 질문이 오고 갔는데 우선 그들은 우리의 일 년 등록금이 천만 원이나 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랐다(8대학은 130유로). 가장 핵심적으로 우리가 물었던 것은, 학교의 중차대한 사항을 결정할 때 학교와 학생들 간의 공식적인 의사소통기구가 존재하는가라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행정-학생-학문 대표가 3개월마다 모이는 테이블이 있고 학생대표의 의견이 평등하게 반영된다는 것이었다. 또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얼굴 맞대고 자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듣고 기본적으로 교수님과 학생 사이 그리고 학교 사이에서 권위적인 모습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학생회의 운영상황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많이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우리와는 다르게 학생회선거가 100인의 대표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로 이루어지고 학생회 자치공간도 없다고 하였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학교 학생회보다 열악한 점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 노동자들과의 연대, 학생연합조직안의 자치적인 참여 등의 활동을 보며 어려워도 대학의, 대학생의 무언가를 지켜 내려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불어통역이 없어 안 되는 영어, 손짓, 몸짓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진심이 있다면 어떻게든 통한다는 걸 서로의 눈빛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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