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 쯤 하면 시끌시끌한 주제가 있다. 바로 대학교 등록금 문제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 시절 모든 정당 및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이 있다. 바로 대학교 등록금 문제 해결 공약이다. 그 자세한 내용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으나, 공통의 목표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해결해주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정당과, 대통령이 된 사람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면서 시치미 뚝 Ep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작년 한 해 동안 등록금 문제를 덮을 만큼 엄청난 이슈들이 많았던 것도,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를 막는데 일조했다. 덕분에 많은 대학생들에게 지난 2008년은 돈에 쪼들리는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 경제위기는 또다시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1인당 가계부채가 4천만 원을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 대다수가 서민임을 감안한다면, 연간 천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은 다수 대학생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다시 한 학기 벌어 한 학기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물론 작년 말부터 많은 대학교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긴 했다. 우리학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지, 등록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2008년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우리학교 학자금대출 이용 학생 수는 전체 재학생의 15%를 넘는다. 그러나 이는 대출을 받은 학생만을 표시하고 있을 뿐, 전체 재학생 중 한 학기 벌어 한 학기 다니는 경우,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한 경우, 학자금대출 이외의 수단으로 돈을 조달한 경우 등을 어느 정도 고려해보면 등록금 때문에 부담이 큰 학생들의 수는 전체 재학생의 20%를 상회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서울캠퍼스 재학생의 3천명이 넘어가는 숫자이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내 경우를 잠깐 말해보자. 사실 우리 집은 아직 등록금을 댈 여력이 있는 집이다. 그러나 올해 8월 형이 군대에서 전역한다. 그렇다면 나와 형이 학교를 동시에 다닌다면 한학기당 등록금이 700만원이 넘어가게 된다. 즉, 만약 내가 휴학하지 않는다면 내년에 부모님이 부담할 등록금은 연간 1500만원을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올해까지만 학교를 다니고 휴학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건 고작 나 한 명의 이야기일 뿐이다. 소수의 학우들에게만 지급되는 장학금이 등록금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일전에 현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등록금이 부담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타면 되지 않느냐?” 나는 이 말에서 옛 프랑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성난 군중들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결국 두 이야기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을 제시했으므로 비난만 샀을 뿐이다. 애초에 돈 없어서 배우지 못 하는 일이 생긴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이번에 입학한 09학번 새내기들 중에서 분명 등록금이 부담되는 새내기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그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새내기들도 있을 것이고, 부모님이 아직 그 부담을 감춰주고 있는 새내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를 다니면서 서서히 그 부담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 견해로는 정권이 바뀌기 전엔 등록금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등록금 문제를 공론화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등록금 문제를 한 번에 묻어버릴 수 있는 큼지막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이 마당에, 대학생들이 자신들과 학우들의 현실과 앞날이 걸려있는 등록금 문제 공론화에 힘쓰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더 많은 학우들이, 부모님들이 우리 곁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파편화되고 이기주의가 팽배한 대학사회라지만, 그래도 우리가 다니는 이곳은 ‘학교’이다.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이다. 부디 이번에 입학한 새내기들이, 그리고 재학생들이 우리 대학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우리 주변의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론화에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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