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제본이나 책의 일부를 복사 안 해본 학우들은 없을 겁니다. 특히나 2학기가 시작된 요즘 대학가 주변이 활기를 띄는데, 그 중 가장 활발해지는 곳이 대학가 주변의 복사실이지요. 대학생들이 책을 복사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바로 경제적 이유 때문입니다. 실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전공 책의 비싼 가격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학기 초에는 복사실에서 전공 서적을 복사하려는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습니다.

이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광부)가 불법복사를 뿌리 뽑기 위한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대학들을 상대로 학생 수 1인당 연간 3500원의 저작권료를 납부하라는 방침을 전국 대학에 통보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대학가의 지적재산권 도용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저작권의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새 학기만 해도 문광부에서 불법복사로 적발한 복사실이 전국 복사실의 10%에 달했고, 그나마 적발되지 않은 업소도 교묘한 수법으로 적발을 피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 저작권료 징수 정책은 안팎에서 무리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에는 필자도 동감하지만, 이번 정책은 단순 벌금물리기 성격을 갖는 1차원적 대처방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마음대로 복사나 제본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저작권을 지켜가며 제대로 돈을 주고 책을 사는 대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3500원의 산정기준과 그렇게 걷힌 세수는 어떻게 저작자에게 고루 배분 될 것인지, 이 결정에 따른 세부 사안은 의문투성이 입니다. 그 동안 문광부에서는 인터넷 불법 업로더/다운로더에게는 변명의 여지도 없이 철퇴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저작권료만 내면 제본과 복사가 가능하다는 대단히 융통성(?)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도 정책 집행의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인상을 줍니다.

문광부에서는 저작권료가 학생들이 지불하는 것이 아닌 대학에서 지불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아닐 것입니다. 조금만 유추해서 생각해보면 대학은 그 부담을 대학 자체 내에서 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등록금을 통해서든 학생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지요.

또한 대학 강의는 공익적인 목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복사 행위에 대해 저작권료를 지불토록 하는 것은 불법 복사 및 제본에 합법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불법복사를 뿌리 뽑는다는 정책의 첫 추진 목적과 상충되는 것이 아닐지 역시 의문이 갑니다. 문광부에서는 만약 이 정책과 관련해 오해가 있는 부문이 있다면 확실히 해명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저작권에 대한 대학 내 구성원의 인식개선 등 근본적인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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