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철학과 교수임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학 본부와 철학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철학과 김도식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연기됐다. 김 교수가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징계위 회부 사유는 △신임 교원 전공교과목 배정 거부 △신임교원에게 소속변경 강권으로 알려져 있다. 철학과 교수진 및 학생들은 부당한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 에서 “최근 건강이 악화돼 징계위에서 정 상적으로 변론할 수 없을 것 같아 본부 측 에 날짜를 미뤄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며 불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철학과와 본부 사이의 마찰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철학과에 14년 만에 신임 교수가 부임하던 2015년 1월이다. 당시 대학본부는 교수임용심사의 최종단계에서, 철학과 교수들을 포함한 이전단계의 평가단이 1순위로 추천한 후보자가 아닌 3순위 후보자를 합격시켰다. 이에 철학과 교수진은 심사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 했다. 이들은 “우리가 아는 한에서는 1순위 후보와 3순위 후보 간의 점수 차이가 최종 단계에서 역전되기 힘들 정도로 컸다”며 신임 교수인 양 교수에게 교양과목만을 배정하고 전공과목은 배정하지 않았다. 일종의 불복종 전략인 셈이다. 김 교수는 “규정 내에서 철학과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 한 방법이 그것뿐이었다”고 밝혔다.

‘강수(强手)’에 ‘강수’로 맞불…깊어지는 갈등

 새로 부임한 전임교수가 교양과목만을 배정받자 본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본부는 지난 해 8월과 12월, 강의개설기간에 맞춰 양 교수에게 전공과목도 배정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철학과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자 전공과목을 배정하라는 내용의 직무명령을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징계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철학과 교수진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본부는 앞서 언급한 전공과목을 직접 양 교수에게 배정하고 학과장인 김 교수를 징계 목적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김 교수가 인사위에 회부되자 철학과 교수진은 “전공과목 배정은 학과 고유의 권한”이라며 본부의 조치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강황선 교무처장은 “교양과 목 배정은 교양대학의 권한이고 전공과목 배정은 단과대의 권한”이라며 “지금까지 업무편의상 관례적으로 그냥 넘어가왔을 뿐, 철학과의 임의적인 강의 배정은 엄밀히 말해 규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대학본부는 강의 배정에 대한 규정이 명시된 ‘교무행정요강’ 중 일부를 보다 구체적으로 수정함으로서 더 이상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로 ‘강수’로 맞서는 동안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강 교무처장은 “임용심사 최종단계에서 순위가 역전되는 건 흔한 일 이나 그것을 이유로 강의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철학과의 학과 내 전임교수 강의비율이 지나치게 저조해 대학평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 교수는 “강의 배정을 문제 삼아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라고 맞섰다. 또한 철학과가 양 교수에게 이번 학기에 배정하려던 교양과목을 본부가 임의적으로 삭제 하고 전공과목만을 배정하자 “전임교수 강의비율이 중요하다면 교양과목을 지울 이유가 무어냐”며 “학과의 전임교수 강의비율을 높이면서 학교의 전임교수 강의비율을 낮추는 일관성 없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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