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긴 입시의 터널을 지나 대학에 새롭게 입학한 신입생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생명환경과학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임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이다. 분명 다수의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꼈을 것 같은데 아무도 그 게임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익명게시공간인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한 신입생의 불만이 제기되고서야, 해당 단과대학생회가 사과를 하는 등 뒤늦은 대처를 했을 뿐이다. 이 소식은 주요 매체에 보도되었고 학교의 명예는 크게 실추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글로컬캠퍼스에서는 오리엔테이션에서 과도하게 군기를 잡아서 딸이 울었다고 항의하는 게시물이 올라와서 언론에 보도되었다. 해당 학부모는 “누가 이 학교에 간다고 하면 보내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표현했다. 이 두 사건을 다룬 보도기사의 댓글은 우리대학을 비아냥거리는 글로 가득하다. 읽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는 우리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와 군기잡기 식의 강압적 문화 등 많은 문제들이 지적되어 왔지만 좀체로 개선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에 단과대학장과 주임교수들이 참석했지만, 학생들간에 일어나는 여흥까지 통제하기란 사실상 어려웠다.

 올해는 교육부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교육부와 지자체 공무원으로 구성된 점검단을 꾸려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직접 방문해 숙박시설의 안전성, 차량과 운전자의 자격, 음주와 폭행 등에 대한 학생 사전 교육 등 매뉴얼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중에 일어났다.

 행사 주관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별도의 사전교육까지 받았지만, 자신들이 진행하는 게임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대학의 문화는 대학의 수준을 드러내는 얼굴이다.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생회가 주관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대의 경우, 2013년에 술이 없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대 총학생회가 2009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료집에 '폭탄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물의를 빚은데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다. 술 없는 오리엔테이션은 재학생들로부터 나온 제안이라고 한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 차원에서 보다 철저한 문제 진단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회는 다수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상호권리를 존중하는 가치인식과 더불어 명시적인 정책을 표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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