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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학생게시물 규제 타당한가?내용규제에 대한 근거는 불명확, 표현의 접근권 보장돼야
정두용 기자 | 승인 2016.05.15 23:59

(기사로부터 이어서) △이과대 △상경대 △경영대 학생회에서 검열논란이 발생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 논란은 2011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수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조금씩 학우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방향으로 게시판 내부지침이 만들어졌다. 2011년엔 게시판에 게시물을 부착하려면 총학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 중운위 결정사항이 있었고, 2014년엔 학관 자유게시판이 없어지며 총학생회와 중앙자치기구 관리 게시판으로 변경됐다. 현 방식은 총학과 각 단과대 학생회의 도장을 받는 형식으로 승인을 받아야만 게시판에 게시물 부착이 가능하다.

학칙 제46(학생활동)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다음에 열거한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학생복지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다음 각호의 집회에 있어서는 목적, 개최일시, 장소 및 참가 예정인원 등에 대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
1. 교내의 30인 이상의 집회
2. 교내광고 인쇄물의 게시 또는 배포
3. 각 기관 또는 개인에 대한 학생활동 후원 요청 또는 시상 의뢰
4. 외부인사의 학내초청

교내광고 인쇄물의 게시 또는 배포는 학생복지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학칙 46조 5항에 명시돼 있다. 승인 기준에 대해 학생지원팀 제종민 주임은 “내용을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본교학생과 외부인을 구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단과대 게시판 관리 권한에 대해선 “규정상 학생복지처에서 교내 게시물에 대한 관리를 하게 되어있지만, 관행상 각 단과대 게시판은 학생회나 행정실이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는 대학의 자치문화를 반영한 관례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는 학칙에서 명시한 대로 학내 모든 게시판을 학생처가 통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세부 기준 없이 포괄적으로 게시물을 승인하는 제도가 있어, 이것이 학생회의 게시물 관리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시물을 부착하는 행위는 학우들이 의사표현을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과연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에서 공유될 수 있는 정보를 누군가의 판단으로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이 있을까? 만약 존재한다면 이러한 권한이 학우들이 게시물을 보고 직접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권리보다 우위에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표현의 자유보다 규제가 앞선 비민주적 학칙

우리대학 학칙 46조 5항에 의하면 교내광고 인쇄물의 게시 또는 배포는 학생복지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학칙에서 게시물의 사전 승인제를 명시하고 있다. 즉, 누군가의 판단으로 게시물이 취사선택 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다. 게시물의 사전 승인제는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타 대학 학칙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 연세대학교는 게시물의 내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검열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현 인권운동가는 학칙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게시 방식이나 학내구성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외부인의 게시 제한 등은 정당성이 있을 수 있으나, 행위 자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방식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관리 목적과 범위를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승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용에 대한 사전검열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대학은 관례적으로 학칙에 명시된 권한이 사실상 학생회 및 행정실에 위임된 형태이다. 때문에 학생회 또는 행정실에서 도장을 찍은 게시물만이 해당 단과대 게시판에 게시돼 왔다. 따라서 이런 관행이 학생대표자들의 자의적 기준으로 게시물을 승인할 수 있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공현 인권운동가는 “게시물의 내용에 따라 승인과 불허를 결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원칙적으로 부당하다”며 “이번 세기건 학생들과 김무석 학생의 게시물 부착을 불허한 학생회는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허가제가 아닌 외부 유인물을 관리하는 형식으로

현재 서울대학교 학칙엔 게시물 관리에 관한 어떠한 항목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학칙 102조 간행물에 학생의 간행물 발간및 배포에 관한 사항은 따로 정한다고만 적혀있다. 이에 서울대 학생지원과 이범진 과장은 “학칙엔 게시판 관리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없지만, 무분별한 게시물 부착을 막기 위해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별하여 게시물을 허가하는 내부지침을 시행하고 있다”며 “서울대 학생임이 증명되면 어떠한 내용의 게시물이라도 자유롭게 부착이 가능하고, 이 내부지침은 모든 단과대 행정실에 통용된다”고 말했다. 물론 서울대 역시 사전에 게시물을 부착하기 위해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완벽히 민주적인 절차라고 볼 수 는 없다.

이는 행정적인 관리규정의 문제와 학우들의 표현의 자유 중 후자가 더 큰 가치를 가지는 전제 하에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관리 규정은 학생들의 권리를 더 효율적이고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제정돼야 한다고 공현 인권운동가는 주장했다. 그는 “학생회나 학교는 학생들 개개인의 정치적 활동이나 표현에 대해 원칙적으로 규제할 수 없으며, 반대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언이나 활동을 보장하고 그것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책무가 있다”며 “범람하는 외부 상업광고가 걱정이라면 학생들의 게시물에 허가제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게시 기간이나 방식 등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규정을 두고 이에 따라 철거나 청소 등을 진행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해가 거듭할수록 게시물 부착과 관련해 검열 논란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대학의 학칙과 학생회의 게시물 사전 승인 행태가 민주적인 절차인지, 그들의 승인 권한이 학우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보다 앞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두용 기자  jdy2230@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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