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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거점 국립대 6곳이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관련 조치 이력이 있는 지원자 45명을 입시 전형 과정에서 불합격 처리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부터 모든 대학이 학교폭력 관련 조치 사항을 의무적으로 전형자료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입시제도는 오로지 △학업성취 △시험성적 △생활기록부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분명히 그 기준을 넘어선다. ‘얼마나 잘 아느냐’, ‘얼마나 점수가 높으냐’만으로 선발하지 않고, ‘얼마나 책임 있는 행위를 해왔느냐’라는 질문을 던지
사설
건대신문사
2025.11.1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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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의 계절이다. 지난 주말에는 건대입구 사거리에 모 방송사가 주최한 마라톤 행렬이 가득했다. 해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가 300개가 넘는다니, 가히 마라톤 공화국이라 할 만 하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저기 오런완 인증샷이 난무할 때 예상했지만, 마라톤 대회 참가자 중 2030 러너들이 60%를 웃돈다는 통계다. 마라톤 열풍의 중심에는 문화 주도 세대인 2030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따라서 한국 특유의 쏠림현상이나 밴드웨건 효과 등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코로나 시기에 선호되었던 실내운동, 즉 골프연습장이나 헬스장에서
사설
건대신문사
2025.11.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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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청이 지난달 8일 새벽 무렵,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 거리에 포진해 있던 노점 75곳 중 46곳을 주민 보행권 침해와 안전 문제를 이유로 강제 철거했다. 노점상들은 절차적 정당성 없이 기습 철거가 이뤄졌다며 반발했고, 구청은 불법 점용 상태가 반복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맞섰다. 이번 철거에 대해 여러 법적 쟁점과 엇갈린 의견이 난립하고 있지만 구청의 노점 강제 철거는 단순한 도시 정비를 넘어서 권력의 폭력으로 비춰질 위험이 크다. 먼저, 구청이 철거를 정당화하면서 내세운 법적 근거인 「도로법」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
사설
건대신문사
2025.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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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축제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이라 칭하고, 놀이가 문화 그 자체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생존과 무관한 비생산적 활동인 놀이를 통해 법, 예술, 종교 등 인류 문명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의 신학자 하비 콕스(Harvey Cox)는 「바보들의 축제」에서 인간을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이라 칭했다. 그가 말하는 축제는 일상의 규범을 넘어 해방감을 느끼는 동
사설
건대신문사
2025.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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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가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하며 K-컬쳐 신드롬을 새로 쓰고 있다. △케이팝 △한국의 전통 문화 △샤머니즘을 결합한 독창적 설정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과 뒤에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바로 이 작품이 한국이 아닌 미국 제작사 소니 픽쳐스와 넷플릭스에 의해 탄생했다는 점이다. 케데헌의 탄생 과정을 되짚어 보면 한국의 문화적 자산과 소재가 중심에 서 있지만, 정작 제작·투자 구조는 한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
사설
건대신문사
2025.09.0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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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여당 국회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며 큰 파문이 일었다. 같은 달, 전 대통령의 부인도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결국 구속되었다. 여·야 구별할 것 없이, 권력을 가진 자들이 반칙을 통해서 이익을 챙기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반칙은 시장의 신뢰를 낮추어 시장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이춘석 국회의원의 사례는 정보 우위를 가진 자들이 남보다 한 발 먼저 움직여 큰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아주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님을 보여 준다. 실제 거래가 우월한 정
사설
건대신문사
2025.09.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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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격렬했던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지난 4일부로 출범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순간을 단순한 ‘정권 교체’로만 받아들여선 안된다.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의 정치 풍경은 지나치게 격렬했고, 때로는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헌법기관 내부에서조차 충돌이 벌어졌고, 국민은 정치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금, 이제는 갈등을 넘어 진정한 협치의 정치를 펼칠 때다.2017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고, 이후 보수·진보 양 진영은 양극화된 대결
사설
건대신문사
2025.06.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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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가 있었다. 노벨상은 분야별로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자에 수여된다고 하는데,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선정한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서정적 산문”을 들었다. 수상자 강연에서 한강은 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의 집필 과정을 회고했는데, 여기서 그는 창작의 근원적 물음 두 가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그리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를 밝힌 바 있다.한강이 던진 두 질문은 우리의 시대
사설
건대신문사
2025.06.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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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이 개교 79주년을 맞았다. 1931년 조선정치학원으로 출발한 우리 대학은 이제 내년이면 80주년이라는 큰 전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의 ‘건국대학교’는 충분히 성숙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미래를 함께 그려가야 하는가?최근 우리 대학은 다양한 방향에서 변화를 시도해왔다. 대표적으로 △‘KONKUK WAVE 2031’이라는 비전 선포 △무전공제 도입 △창업과 글로벌 역량 강화 등 다방면에서 교육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단지 오늘을 살아가는 대학이 아니라 내일
사설
건대신문사
2025.05.1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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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차량(Autonomous vehicle)’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탑승자와 차량의 상태, 주변의 환경 등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 상황을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며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자율’은 영어로 ‘Autonomous’인데, ‘자동’의 ‘Automated’와는 구분된다. 여기서 공통되는 ‘Auto’는 고대 그리스어인 ‘αὐτός(오토스)’에서 기원하는데 ‘자기 자신(Self)’을 뜻한다. ‘Automated’는 자신을 뜻하는 ‘Auto’에 생각, 행동에서 파생된 ‘ματος(마토스)’를 붙
사설
건대신문사
2025.05.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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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학내 최초의 전공탐색 박람회인 ‘KU 어드벤처 전공탐험대’를 개최했다. 각 단과대학의 전공과 KU자유전공학부를 아우르는 이 행사는 전공 선택의 길목에 선 학생들이 진로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특히 올해 도입된 단과대학별 자율전공학부제와 KU자유전공학부를 생각하면, 이번 박람회는 학내 진로교육의 새로운 시도이자 전공 선택권 확대를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 말할 수 있다. 기존의 진로 박람회나 학과 설명회는 대체로 일방향 정보 전달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사설
건대신문사
2025.04.1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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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조의 내용을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원일치로 인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120여일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일상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거리에서 표출된 극단적 형태의 정치적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사회를 통합해 나갈 것인가라는 큰 과제가 우리 앞에 남아 있다. 아울러, 지난 십여 년 동안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좋은 정
사설
건대신문사
2025.04.1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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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진행된 우리 대학 학생회 선거는 그야말로 위기였다. 12개의 단과대학에서 진행한 학생회 선거 중 9곳이 후보자 미등록이나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으며, 15,000여명의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 선거 역시 투표 연장을 하고서야 투표율 50%를 넘겨 가까스로 성사됐다. 학생 자치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최근 학생 사회 전반적으로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투표율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우리 대학 단과대학 선거에서는 6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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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신문사
2025.03.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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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의 비상계엄 사태 후 한국 사회의 진영 간 대립은 유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까지 포함한 다수 국가에 대한 관세 선포 등으로 국제 사회의 갈등 수위 역시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수 년 전의 상황으로 빠르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갈등의 시대, 대학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인공지능 혁명을 주도해 갈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고, 각 전공 영역에서의 전문지식을 충분히 축적하
사설
건대신문사
2025.03.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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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정국에 뒤따르는 교착 난관을 타개하는 해법이 군사력을 앞세우는 ‘계엄’이었다는 점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가 정치를 통해 정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강압과 억제에 기반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근대적 시각이 다시금 놀라웠다.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그들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는 법적 권한을 신중히 사용하려는 ‘제도적 자제’와 상대편을 통치할 자격을 갖춘 경쟁 상대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이라는 두 가지 규범에 따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치
사설
건대신문사
2024.12.1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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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대학은 지정교양제 폐지, 무전공 입학 제도(이하 무전공제)도입 등 내년도 학사구조를 개편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무전공제는 특정 전공에 소속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한 후 전공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해 공과대학을 포함한 6개의 단과대학 에 총 308명 정원의 ‘KU자유전공학부’가 신설된다. 우리 대학은 원래부터 적극적으로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스스로 설계한 활동을 수행하고 학점으로 인정받는 ‘자기설계학기제(드림학기제)’, 학생들이 원전
사설
건대신문사
2024.12.1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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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의 해’라는 2024년 갑진년이 벌써 끝을 향한다. 올해 한국 영화의 성적과 특징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OTT라는 영상문화의 뉴 노멀 시대에 한국의 극장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관람료의 급상승도 한몫하겠지만, 영화의 투자와 제작의 선순환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다. 관객의 감소로 영화 제작사의 투자금 회수가 원활치 못하니, 문화콘텐츠의 투자-제작-흥행-재투자의 순환고리에 균열이 생긴 탓이다. 그나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선전하고 있음을 위안으로 삼
사설
건대신문사
2024.11.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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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 발간 학술지 ‘Mobility Humanities’가 우리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스코퍼스(Scopus)에 등재됐다. 연구원이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 선정 이후 6년차에 이룬 큰 성과이다. 그러나 올해 5월 기준으로 적어도 13개가 넘는 한국 대학이 스코퍼스에 등재된 학술지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우리 대학의 스코퍼스 첫 등재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우리 대학의 높아진 위상을 고려할 때, 연구역량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서울권 대학들이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발전을 가속하는 상황이다. 하지
사설
건대신문사
2024.11.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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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 시작해 지난주에 결말이 난 넷플릭스의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 요리사)”은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다. ‘재야의 고수’인 ‘흑수저’ 셰프 80인이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 ‘백수저’ 20인과 맞붙는, 그래서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리얼리티쇼다. 공개와 동시에 국내 1위를 차지했고 비영어 부문 TV시리즈 글로벌 1위까지 달성하며 한국 셰프들의 수준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출연자들의 매장에 예약 전쟁이 벌어지는 등 외식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총 12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팀
사설
건대신문사
2024.10.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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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신문이 지령 1400호를 맞이했다. 내년은 창간 70주년을 맞이한다. 그간 건대신문은 우리 대학의 여러 일을 정확하게 취재하고 보도해 ‘등불’을 밝히고자 노력해 왔다. 때로는 우리 대학 역사를 기록하는 사서로, 때로는 구성원 간의 여론을 종합해 밝히는 매개체로, 때로는 캠퍼스에서 일어난 여러 행사와 문제를 다루는 신문으로 자리 잡았다.하지만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기존 종이신문 중심의 대학언론은 모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많은 독자가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더 빠
사설
건대신문사
2024.10.16 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