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 교수의 예술 지리학 ‘4 spheres’ 展

땅의 이치인 지리학은 현장에서 비롯된다. 이는 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지리학의 구성 요소를 예술의 시각으로 나타내는 학문이 있다. 바로 예술 지리학이다. 예술 지리학은 다양한 분야에 지리학을 융합한 응용 지리학의 한 분야로 지리학 내용을 도표나 논문이 아닌, 예술을 통해 표현한다. 또한 기존 예술 작품을 지리학의 관점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예술 작품의 지리적 영향을 탐구한다. 이는 예술과 지리학의 학문 경계를 허물어 자유로운 교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21~26, 우리 대학 지리학과 박종관 명예교수는 인사아트센터 1층 본전시장에서 예술 지리학 전시를 열었다. ‘4 spheres’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전시는 지구를 구성하는 4개 권역(대기권 수권 지권 생물권)에 따라 해당 권역의 주요 원소인 인간을 제목으로 섹션을 나눴다.

각 섹션은 인간에게 해당 권역과 관련해 생각할 거리를 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이는 지구가 인간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과 같다. 이때 각 섹션의 서로 다른 권역들을 하나로 엮는 메시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지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이다. 박 교수는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각 권역 작품들끼리의 대화에 주목해 전시를 관람할 것을 강조했다.

박종관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고태영 기자
박종관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고태영 기자

The light,

이 주제에서 박 교수는 보이지 않는 빛은 어떤 색일까? 지구 자전을 빛으로 그릴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섹션을 연다. 이 중 특히 박 교수의 500호 작품인 <100분간의 지구 자전>100분간의 지구의 자전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박 교수가 예술이자 데이터이고 기록문이라고 소개한 것과 같이, 이 작품에서는 여러 예술적인 요소로 나타낸 지구 그림자가 이동하는 모습으로 지구 자전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명 〈100분간의 지구 자전〉 / 사진·고태영 기자
작품명 〈100분간의 지구 자전〉 / 사진·고태영 기자

박 교수는 작품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바뀌는 그림자의 각도를 캔버스 위에 나타내 지구가 얼마나 빠르게 자전하는지 표현했다. 또한 같은 시간에 같은 간격으로 정직하게 그림자가 떨어지는 모습도 나타냈다. 작품 속 동그라미는 시간마다 특정되는 것을 선으로 이은 것이며 작품의 큰 세로 선은 지구 그림자의 간격을 의미한다. 선 위의 공간에서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형상화해 지구의 보호막이 점점 풀리고 있는 모습과 훗날 보호막이 다 풀린다면 바뀔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환경 파괴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처럼 해당 작품은 예술적 요소와 함께 지리적 데이터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예술 지리학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The water,

물의 권역에서는 땅으로 떨어진 빗물이 하늘로 다시 올라가 생명수가 된다. 즉 환생이 시작된다. 세상은 비가 올 때 바뀐다. 움직이는 물은 추상일까 구상일까? 등의 질문으로 시작하며 지구의 물 순환에 대해 다뤘다.

작품명 〈Cairns, Australia〉 / 사진·고태영 기자
작품명 〈Cairns, Australia〉 / 사진·고태영 기자

박 교수는 자신이 호주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본 물과 비가 그친 후 새벽 숲을 담은 작품을 통해 물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한편 특정한 지역에서 발생한 폭우로 다른 지역에서 가뭄이 나타나는 현상을 다룬 작품에서는 자연 재해로서 물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박 교수는 물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공간의 한계로 모두 다루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덧붙여서 그럼에도 많은 메시지를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The land,

이 섹션에서 박 교수는 새의 눈으로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나눈 지구와의 대화를 설명한다. 이는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이는 대지의 모습을 기록한 것으로 박 교수는 이를 비행기 지리학이라고 설명한다. 전시는 당신은 비행기에서 어떤 지구를 느끼고 있는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를 물으며 시작된다.

작품 제목의 대부분은 실제 지명이며 비행기 지리학의 관점으로 황사의 발원지가 되는 중국 화산 활동에 의한 지형인 튀르키예 대만의 다모작 논 독일의 검은 숲 등 지구 곳곳의 땅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지구 속 다양한 땅의 모습에 대해 말하는 해당 섹션 전시는 이후 땅 위에 작은 존재인 인간의 오만함을 알리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박종관 교수가 전시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 사진·고태영 기자
박종관 교수가 전시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 사진·고태영 기자

The human, 인간

이제까지의 주제에서는 자연의 원더풀 월드(wonderful world)’를 주로 나타냈다. 하지만 이 주제에서는 우리 지구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원더풀 월드인 지구에서 사는 생물 중 가장 지구를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오만한 인간이다. 박 교수는 해당 섹션에서 인간의 오만함을 스스로 인식하고 깨뜨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특히 얼굴 없는 거인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지구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 존재를 잘 나타낸다.

방문객이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이다. / 사진·고태영 기자
방문객이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이다. / 사진·고태영 기자
작품명 〈12looks〉
작품명 〈12looks〉 / 사진•고태영 기자

 

 

박 교수는 이번 전시를 지리학자의 지구에 대한 회화적 기록전이자 지구의 대변인으로서 개인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구에 살며 지구의 존재를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오만함을 깨고 싶다는 전시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제는 레드선에서 깨야할 때임을 강조했다. 실제 작년 3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작성한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모두 실행하더라도 2040년 이전에 지구의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1.5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 것처럼, 현재 상황에서 지구의 환경과 온난화와 관련한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예술 지리학은 일반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내년 2월에는 해수면 상승을 주제로 예술 지리학의 설치 미술 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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