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영 사회문화부장
고태영 사회문화부장

창백한 푸른 점. 이는 1990년 보이저 1호가 61억 킬로미터 떨어져 지구를 찍은 사진의 제목이다. 이 사진에서 지구는 0.12화소에 불과한 하나의 작은 점으로 보인다. 보이저 1호의 해당 사진 촬영을 주도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책에서 사진 속 지구에 대해 저 작은 점은 우리의 집이고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그들의 행복, 슬픔, 사랑, 증오, 추억 등 우리의 모든 것은 작고 푸른 점 안에 담겨있다.

우주는 무한하다. 또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광활하다. 따라서 인간은 우주의 모든 것을 완전히 알 수 없다. 추정할 뿐이다. 인간이 추정하는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다.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범위도 한계가 있다. 이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한다. 인간의 관측 가능한 우주의 범위는 약 930억 광년이다. 이 범위를 넘어서 인간은, 이후의 공간이 존재하는지 그 여부조차 알 수 없다. 이렇게 넓은 우주 공간에는 수많은 별과 그 주위를 도는 행성 및 위성이 모인 은하, 소규모의 은하가 모인 은하군, 은하군이 수천 개 모인 은하단, 은하단이 수백 개 모인 초은하단 등이 있다. 우주의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이들끼리도 끝없이 먼 시간과 공간을 두고 서로 떨어져 있다.

이렇게 거대하고 광활한 우주이지만, 그 안에서 생명이 존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적당한 크기의 중력, 태양과의 적당한 거리, 위성인 달의 존재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했기 때문이다. 지구 자체의 조건 외에도 같은 별을 돌고 있는 다른 행성과 같은 주변 환경 또한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지만 비로소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재하는 우리들은, 수많은 조건이 서로 모두 일치해야지만 존재할 수 있는 우연적인 존재인 것이다.

우리의 창백한 푸른 점에는 이 모든 우연을 만족해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다. 그러나 작은 점에 불과한 이 거대한 우연 안에 담긴 그것들은 모두 유한하다. 한없이 나약하고 어리석다. 그 중 특히 인간이 그러하다. 우리 모두는 유한하고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이고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짧은 순간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모두는 짧은 순간으로 존재하는 인간이기에 헤어짐을 만난다.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헤어짐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것과 어떤 형태로든 겪게 되는 필연이다. 이처럼 모든 만남에 그 끝이 있는 필연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필연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헤어지게 되는 필연보다 짧은 순간이나마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우연에 집중해야 한다. 이 필연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유한함으로 겪는 필연 덕분에 우리의 한정된 시간을 어떤 것으로 채울지 고민할 수 있고, 나와 마음이 맞는 타인을 만나는 우연을 경험할 수 있으며, 내가 존재 할 수 있는 거대한 우연에 대해서 또한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우주의 작은 점 안에서 찰나에 불과한 존재이더라도, 모든 순간에서의 모든 우연을 소중히 하며 살아가야 한다.

말과 글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