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것은 꿈을 심는 일이다’. 꿈을 심고 가꾸는 일을 어릴 때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 우리 곁은 바른 꿈으로 가득한 이웃으로 채워질 것이다. 나무와 숲을 다루는 공부를 해 오면서, 또 캠퍼스에 나무를 심고 숲을 키워 오면서 이 일은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다듬어가야만 하는 일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 나무 자람이, 숲 머리, 숲 가슴 커짐이 그렇듯이 바쁘게 만들고 만족하는 그런 일은 결코 아닐 것으로 여겨왔다.캠퍼스에 나무를 심으면서 어떤 나무가 우리 캠퍼스 숲에 어울리며, 그런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의 모습은 어떠할 것이
오랜만입니다. 전에는 멋모르고 마음 내킬 때 불쑥 찾아가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실례일까봐 마음이 쓰입니다. 그래도 잘 지내시냐고 다시 여쭙고 싶습니다. 요즘 가능한 거짓말을 안 하는 걸 연습하는 중입니다. 거짓말을 안 한다고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서이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도 오랫동안 입고 다녀서 벗으려니 살갗에서 쩍쩍 소리가 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계절을 준비해야 하고, 햇볕 아래에서 열심히 산책을 다녀보렵니다.한동안
남이섬에서 바람은 멎지 않았다강물은 어제 하루만큼 더 깊었고전쟁처럼 널브러진 가로수 잎잎 사이로그는 그 넓은 가게를 홀로 지키고 있었다밝은 적색의 스웨터는 칠흑 같은 그의 살결과 눈동자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이제 더는 말할 것이 없었다 흑단 티크 주목 상아를 껴입은사바나의 온갖 들짐승들이난로 하나를 둘러서서 또 한 가을조용하게 늙어가고 있었다 그들 중 아무도 몸짓하지 않았다고국은 때로 빛바랜 꿈으로 어른거리며한 무리 누 떼처럼 스쳐지나가고바람은 포화처럼 잎잎 사이로 울었다이제 더는 홀로일 것도 없다남은 일은 그저점점 더 단단히 굳어
응모작 중 인상깊게 읽은 작품은 , 였다. 은 납품용 김밥을 만드는 생산 공장 내 직원들의 이야기로, 그 안의 정치적 관계와 경쟁자의 내밀한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일명 대졸자인 신입 지연을 향한 옥혜의 불안하고 못미더운 심정이 잘 드러나 있어 작품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다만 지연과 옥혜의 대결 구도가 영어 능력과 대학 졸업장 같은 구시대적인 스펙으로 좁혀지는 것이 아쉬웠다. ‘새파랗게 어리다’고 표현되는 지연의 능수능란함,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옥혜의 야생적 생명력이 좀 더 드러났다
표현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몇 년 동안은 ‘참여의 의의’라는 표현과 둘도 없이 가까운 사이였다. 동고동락하며 행위의 가치를 불어넣느라 친구로서 큰 빚을 졌다. 결실이라거나 성취와 같은 표현과는 도무지 가까워질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참여의 의의’와 가깝게 지내야 했다. 최근 몇 주만 해도, 착함과 정상을 겨우 구분하게 되었을 때 그 구분을 뒤엎는 비정상의 표상이 나타났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시험에선 떨어졌다. 여덟 번의 방문 끝에 커피 산미가 정확히 취향의 가운데에 들어맞는다고 확신했던 카페는 아홉 번째 방문에서 원두를 바
기름집 앞은 한산했다. 영선과 같이 왔을 때보다 황량한 분위기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연수가 거리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연수는 그때 영선의 손에 들려있던 빨간색 천 가방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기름집을 가장 먼저 들르고, 이후엔 고작 다섯 발자국 거리의 채소가게에서 무 두 개를 더 샀을 뿐, 이외에 더 구매한 것은 없었다. 무의 크기를 과하리만큼 크게 가늠하더라도, 장바구니의 절반에도 못 찰 내용물이었다. 그런데도 연수의 기억 속 영선은 집을 나서기 전, 모처럼의 시장 나들이라고 말하며, 그 가방을 손에 꼭 쥐었다.“짠 지
이 글을 통해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했던, 할 사람들과 같이 공감을 하고, 대학교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어려운 점들을 기록하며,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아침에 일어나서 와있는 수십 개의 카톡과 걸어야 하는 전화가 부담스러웠던 한 학기였다. 요즈음 대부분의 MZ세대라면 “콜포비아(전화 통화를 피하는 통화 공포증)”가 어느정도 있을 것이다. 전화하기 전에는 할 말을 정리하고, 전화가 오기라도 한다면 ‘받지 말까..’ 라며 망설이기도 했다. 마냥 멋있어서 시작한 편집국장이었지만, 이럴 때마다 ‘내가 과연 국장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2011년 12월 이후 10년 만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보궐선거를 잘 치른다면 선거 무산이라는 결과가 꼭 나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흘러가는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보궐선거까지 총학생회의 역할을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 비대위는 학생회칙 상 선거가 무산된 후 일주일 내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2주 동안 중앙운영위원회에는 단 다섯 단위만이 참석해 회의가 무산됐고, 논의 자체를 하지 못했다. 3주 만에 열린 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을 때
1980년대의 풍경엄혹하던 군정 시절, 건국대학교는 “공산 폭동의 대학”이라는 인식을 강제로 주입 당했다. 그러나 1980년대의 대학생들이 비록 마실 줄 모르는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토할망정,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저들이 왜 저렇게 쫓겨나며 죽어야 하나?” “저들이 왜 저렇게 힘없이 빼앗겨야 하나?” 하는 통한(痛恨)과 저들을 위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내가 저들과 함께 있으며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자괴감과 무력감이 그 바닥에 잠재돼 있었다. 그들은 “철딱서니 없는 빨갱이”가 아니었다. 시위 학생들은 탐욕
건대항쟁은 사상 초유의 구속 사태로 끝이 났다. 1,265명의 구속자, 23억이 넘는 피해 복구액을 남겼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건물들은 골조만 남아있었고 학생들은 검은 리본을 달고 있었다. 1986년의 학생운동은 건대항쟁의 이러한 결말로 인해 사그라지는 듯 했다.하지만 사태가 끝난 후 학생들은 멈추지 않고 반성과 방향 개선을 시작했다. “85~86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지적되었던 문제 중 하나는 학생기구 임원들의 노령화 현상에 대한 것이었던 바 이 문제로 인해 대중적 정치투쟁의 과감하지 못한 전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던 것
90년대 말 해외에 거주할 때, 외국인에게 김을 주어도 이 시커먼 것을 어떻게 먹냐 핀잔을 듣고, 공동부엌에 김치·마늘 냄새가 난다고 항의를 받았다. 냄새나는 오징어를 먹던 나를 향한 혐오의 시선이 아직 잊히지 않았는데, 과 오징어 말리는 어촌 배경의 가 시장에서 ‘떡상’하고 있다니 어리둥절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전략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을 배경으로 색동옷을 입은 춤꾼들과 판소리의 가락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미감을 창출하는 서울에 대한 홍보 영상은 새롭고 재미있었다. 특히 이
최근 들어 2차 전지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2차 전지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2차 전지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더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2차 전지란 무엇일까?2차 전지란 한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배터리인 1차 전지와는 달리 방전 후에도 다시 충전해 반복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이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전지로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 용기로 구성된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의 전해질을 통해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전기적
큰일이다. 날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오늘은 공기가 맑아 떠나고 싶고, 내일은 마냥 파란 하늘이 너무 좋아 떠나고 싶다. 이러다 수업은 언제 할까. 온라인 수업은 언제나 들을 수 있지만, 실시간 수업이면 이래저래 발목을 잡는다.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실습도 주중에 끼어있고, 방학은 왜 덥고 추운 여름 겨울에만 있는 건지 모르겠다. 찬란한 봄, 푸른 가을에도 방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쯤 이런 생각에 다다르면, 실시간 수업은 마냥 귀찮고 버겁기만 하다. 학생도 그럴 것이고, 강의하는 교수도 그럴 수 있다. 사람
이제는 저녁이 되면 제법 쌀쌀해진다. 무더운 여름이 끝나감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이번 여름방학은 참 길게 느껴졌다. 매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 수, 만난 지 1년이 훌쩍 넘은 동기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동기들, 각자 취업 준비로 바쁜 고등학교 친구들까지. 우울증이라는 세균이 서식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다. 상반기를 정신없이 보낸 터라 방학엔 쉬겠노라 다짐했지만, 그 휴식이 방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침대에 누워 온종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에브리타임을 번갈아 접속하면서 내가
우리나라 대학 입시 요강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학과별 정원을 빼곡히 나열한 정원표가 아닐까 싶다. 대학 입시를 끝내고 나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시행하는 엄격한 정원제도가 우리나라 특유의 '주어진 파이 싸움을 통한 제로섬 게임'을 공고히 하지는 않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시를 하다 보면 정원이라는 것이 있다. OO명 내외 선발도 아니고 정확한 숫자로 딱 정해진다. 경쟁률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한국 대학의 입학 정원은 사실상 정부로부터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정해진다. 공립대야 정부에서 정
우리 대학은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을 내주었다. 수업은 비대면 위주로 전환됐고, 도서관 이용 시간이 줄었고, K-큐브와 같은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추석 연휴를 지나며 확진자가 폭증했지만, 1차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가며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1차 백신 접종자의 대부분이 2차 백신까지 맞는다면 곧 접종 완료자 역시 70%에 달할 것이다. 코로나19 속 우리 대학은 비교적 철저하게 방역 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부는 합당한 방역조치인지에 대한 논의도 존재했다. 우선 쪽문 폐쇄 조치가 있다. 외
얼마 전 졸업한 제자가 찾아왔다. 함께 차를 마시다가 제자는 연애 상대자와 헤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상대는 유능할 뿐 아니라,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자랑했던 것을 생각하니, 이별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전과 달리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했다. 상대는 너무나 완벽해서 자신은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말다툼을 하면 “네 잘못이야”라는 답변만 돌아오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제자가 돌아간 후, '그것은
65기 정기자 사령△ 박영규 (문과대·미컴)△ 박혜준 (예디대·의디)△ 여시경 (문과대·사학)△ 우해은 (예디대·커디)△ 이승현 (공과대·기계)△ 임가현 (상생대·산조)△ 장경진 (문과대·미컴)△ 조성재 (사과대·정외)
활동이 제한되는 요즘엔 통 재밌는 일이 없다. 만나는 사람, 일과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이다 보니 지루하다 못해 하루의 의미가 무엇인지까지 고민하게 된다.사람은 이렇게 심오하면서 쓸데없는 고민만 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강아지는 그저 매일 신나 한다. 같은 산책길을 걷고 같은 놀이를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매번 새롭게 즐거워할까? 어제와 같은 풀일 텐데 어떻게 몇 분이나 집중해서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강아지는 하루를 어떻게 느끼기에 이럴 수 있을까?강아지가 말로 명쾌하게 대답해줄 순 없으니 강아지가 하듯 강아지를 관찰해본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 진행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감동적인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기도 했던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얻은 메달 수를 세어가며 최근 들어 가장 부진한 성적이었다고 한탄도 하지만 경기 장면을 지켜본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격렬한 경쟁 뒤에 승자를 위해 엄지를 올려 보이는 모습이나 우리나라가 메달을 따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근대5종 같은 종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모습에 크게 감동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어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