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융합생명공학과 김동은 교수 연구팀이 압타머 접촉 리포솜 기반의 암 표적형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6월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됐으며 약리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 (약리학 분야 상위 4.3%)’ 에 게재됐다.

 
논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김동은 교수(왼쪽)와 김민희 박사과정(오른쪽)/사진·김동은 교수 연구팀 제공
논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김동은 교수(왼쪽)와 김민희 박사과정(오른쪽)/사진·김동은 교수 연구팀 제공

면역체계를 속이는 암세포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는 ‘T 세포가 관여한다. 바이러스, 세균과 같은 항원이 침입했을 때 수지상 세포가 이를 인지해 항원을 표면에 제시하면 항원을 죽이는 독성 T 세포(cytotoxic T cell)’가 침입한 항원을 제거한다. 하지만 암은 이런 면역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조절 T 세포 (regulatory T cell)’를 이용한다. 조절 T 세포는 우리 몸에 과한 면역반응이 일어났을 때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암은 조절 T 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효소 ‘IDO1’로 아미노산 트립토판(tryptophan)’키뉴레닌(Kynurenine)’으로 바꾼다. 트립토판의 고갈과 키뉴레닌의 축적은 조절 T 세포의 활성을 촉진시키고 독성 T 세포를 무력화하며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또한 암세포는 나는 안전하다라는 표식인 단백질 ‘PD-L1’과 독성 T 세포 표면의 ‘PD-1’과 결합해 T 세포의 기능을 불활성화시킴으로써 면역반응을 회피하기도 한다.

리포솜의 표적 설정으로 암세포에만 도달하게 만들다

 
압타머를 이용한 리포솜이 암에 작용하는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사진·김동은 교수 연구팀 제공
압타머를 이용한 리포솜이 암에 작용하는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사진·김동은 교수 연구팀 제공

연구팀은 화학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투여를 위해 압타머(aptamer)를 접합한 리포솜을 개발했다. 압타머란 단백질을 억제하는 핵산이며 리포솜은 약물 전달에 사용되는 지질 이중막으로 이뤄진 구형의 분자다. 연구팀은 리포솜 표면에 ‘CD44 압타머‘PD-L1 압타머를 부착해 약물이 암세포에만 전달되도록 특이성을 부여했다. 이는 항암제가 암세포 외에 정상세포에도 전달돼 나타나는 부작용을 크게 감소시킨다.

김동은 교수는 이 과정을 택배에 비유했다. 주소가 적힌 송장을 붙여 택배를 보내는 것처럼 리포솜에 압타머를 부착해 도착지를 설정해준 것이다. 연구에서는 유방암의 막 단백질인 ‘CD44’과 반응하는 CD44 압타머를 이용했지만 만약 다른 암이라면 CD44 압타머를 해당 암의 막 단백질과 반응하는 압타머로 교체하면 된다. 표적에 맞는 압타머만 있으면 어디로든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약물전달체 플랫폼 기술을 구축해낸 것이다.

병용투여로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다

현재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는, T 세포를 억제하는 PD-L1과 같은 면역관문단백질의 활성을 차단하는 면역관문 저해제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암의 면역억제기전으로 인해 암 환자의 일부에서만 효능을 나타냈다.

반면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의 단독요법보다 병용요법이 효과가 좋다는 사실에 착안해 화학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모두 투여했다. 연구팀은 리포솜 내부에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화학항암제 독소루비신과 면역을 억제시키는 IDO1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소간섭RNA(IDO1 siRNA)를 봉입했다. 두 가지 약물을 동시에 전달하면서 종양의 특이적인 반응을 활성화하고 IDO1의 발현을 억제해 면역 회피 활성을 감소시킴으로써 항암효과를 더욱 높였다.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그래프. 압타머 부착 리포솜을 처리한 종양 크기가 가장 작다/사진·김동은 교수 연구팀 제공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그래프. 압타머 부착 리포솜을 처리한 종양 크기가 가장 작다/사진·김동은 교수 연구팀 제공

실제로 유방암 실험 쥐 모델에서 압타머 접합 리포솜을 통한 두 가지 약물 (독소루비신과 siRNA)의 공동전달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압타머를 접합하지 않은 일반 리포솜에 비해 압타머 접합 리포솜의 표적 특이적 약물 전달과 암 성장 및 2차 전이에 대한 억제 효과가 우수함을 보였다.

기존 면역 치료는 암 환자에 따라 치료효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리포솜은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에서 반응률이 낮은 암 환자에게 종양 특이적인 항암면역반응을 지속적으로 유도했고 비특이적 약물 전달로 인한 부작용을 크게 감소시켰다. 김 교수는 압타머를 접착하는 부분이나 리포솜을 관리하는 부분 등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 중 하나라며 특허를 통해 권리를 인정받은 후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개발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더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